장춘 출발이 늦어졌다.
원정대와 동행하며 취재를 맡고있는 김력균PD의 요청에 의해 긴급히 연락이 닿은 길림성에서 소수민족의 풍습과 역사에 대해 일생을 연구하신 분의 인터뷰를 위해 출발이 약4시간이나 지체 됐다.
길림-돈화를 거쳐 동경성까지는 약 6시간이 소요될 예정인데 이곳은 위도가 높은 탓에 오후4시만 넘으면 어두워진다. 창춘을 출발해 길림까지는 고속도로라 신나게 달릴수 있었지만 길림을 지나면서는 왕복2차선의 산길을 타고가는 국도이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중국에서 야간운전에 경험이 있거나 차를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중국에서 야간운전은 지극히 위험하다. 상향등을 모두 켜는 것도 부족해 전면을 무시무시한 밝기의 각종 서어치라이트로 무장한체 떼로 주행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화물차군단을 마주칠라치면 생명의 위협을 순간순간 느끼게 된다.
한술 더 떠서 도로는 온통 얼음판이니 선두에서 온몸으로 어마어마한 광량과 맞서야 하는 운전자의 긴장도는 말로 표현할 수 조차 없다.
다행히 중국운전이 초행인 2호차 드라이버 목진서대원이 잘도 따라와 준다.
점심도 그른채 날 밝을때 한걸음이라도 더 전진하려고 기를 쓰고 달렸지만 경령이란 고개를 넘자 이제 이곳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면 점심은 고사하고 저녁도 못 먹을 판이다. 경령고개밑은 예전부터 연길에서 출발하거나 장춘에서 출발한 운전자가 점심을 해결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이곳의 호수에서 잡은 잉어는 흙냄새가 나지않고 요리방법도 독특해 여행자들에게는 인기가 많다.
많은 한족들 식당사이로 연변생선집이란 조선족 식당을 찾아가서 잉어찜과 잉어회, 된장찌게를 주문했다. 거의 한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나온 음식들은 상당히 맛이 있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뭔들 맛있지 않았겠는가...ㅎㅎㅎ
식사를 마치니 벌써 주위는 어두워 졌다. 장춘을 떠나 동남방으로 내려오던 원정대는 돈화에 이르러 방향을 동쪽으로 돌린다. 발해의 상경용천부가 있던 동경성을 찾아가는 길은 깊은 산길로 돈화에서 3시간이나 걸리는데 그중 반은 비포장 산길이다. 좁은 산길에서 목재 운반차량을 만나게 되면 참으로 난감한일이 생긴다. 좁은 도로에서 어마어마하게 목재를 실은 트럭과 조우하게 되면 화물의 적재방식에 놀라고 도저히 그 옆으로 빠져나갈 틈이 없음에 당황하게 된다..
눈다져진 도로한가운데 호기있게 차를 세우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커피한잔으로 잠을 쫒으며 달려 도착한 동경성이란 발해의 고도는 서부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풍경으로 대원들을 반긴다. 빛바래고 낡은 건물이 양쪽으로 늘어선 도로위에는 엄청난양의 쓰레기가 먼지와 함께 바람에 날리고 컴컴한 골목에는 숱한 개떼들이 활개친다.
아~~~ 티벳고원 어느곳에서도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은곳이 있었는데.... 그래도 그때는 가난하지만 순수함으로 가득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 오늘은 분위가가 영 딴판이다. 뭐랄까 마적떼의 소굴로 들어선 기분...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침침한 가로등 밑에서 우리를 노려보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썸뜩함이 묻어 있었다.
숙소를 찾는 사이 몇대의 승용차 무리속에서 한대가 다가와 창문을 열고 뭐라고 말을 걸어온다...이쪽에서 틈이 보이면 아주 일을 치를 듯한 목소리로 시비쪼로... 한국말로 당당히 응수한다. 또 뭐라고 언성까지 높인다. 한국말로 그넘과 같은 톤으로 / 뭔대 ~ 임마 / 약빨이 멕혔는지...슬금슬금 사라진다.
다행히 그 곳에서 제일 좋은 호텔(2성급)을 찾을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저녁식사하러 식당을 찾아나서는데 밖은 영하20도가 넘는다...바람까지 대단해 체감온도가 엄청난 거리를 헤메다 겨우찾은 식당은 양꼬치 밖에 없단다. 할 수 없다 양꼬치로 식사를 대신 할 수는 없지만 빼갈 한잔은 가능하겠다. 지치고 배고픈 대원들은 무조건 좋단다.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라면이 있는데 먹을래? 묻는다...뭔 라면...?...신라면이 있단다. 하지만 5개 밖에 없다는 거.....쪼끔 불려서 끓이면 충분히 7명이 가능하겠다...무조건 오케이다.
발해국 상경용천부로서의 영화는 어디가고 이리도 초라한 모습으로 우리앞에 다가오는지..? 한때 동북을 호령했던 그들의 후예는 다 어디가고 먹잇감 노리는 퀭한 눈빛으로 우리를 반기는지...?
△ 장춘을 떠나기 앞서 호텔 앞에서
△ 도로변 농촌마을
△ 길림시로 향하는 고속도로. 고속도로는 길림시에서 끝이나고 그다음은 국도로 가야한다.
△ 길림시는 꽤 큰 규모의 공업도시다.
△ 고속도로를 막 빠져나와서..
△ 국도로 접어 들었다.
△ 경령활어가 식당이 모여있는 곳이다.
△ 백두산 원정대가 찾은 식당이다.
△ 이런 사진은 설명이 필요 없다. 상상에 맡긴다.
△ 오후3시경인데도 영하17.5도다.
△ 시장이 반찬이다.
△ 빙판도로...살벌하다.
△ 완전히 원목부채다...
살벌한 동경성의 밤거리는 촬영을 못했다.
다음편은 발해국 상경용천부를 보여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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