玉의 고장 호탄

"민펑(民豊)의 옛 이름은 니야(尼雅)인 데 서쪽으로는 옛 우전에 이르고 동쪽으로는 옛 누란(樓蘭)에 접한다.

옛 비단길의 36국 가운데 하나인 정절국(精絶國)이 있던 곳으로 역사가 유구하고 풍속이 예스러우며 환경이 독특하다."

숙소인 민펑현 니야빈관 마당에 큼지막하게 세워놓은 관광 안내판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서쪽의 우전국은 예로부터 연옥(軟玉)의 산지로 유명한 호탄(和田),동쪽의 옛 누란은 지금의 뤄창(若羌)이다.

민펑에서 북쪽으로 140km가량 떨어진 사막 가운데 니야 고성(古城)이 있다고 안내판은 적고 있지만 탐험대는 방향을 동쪽으로 잡고 옛 서역남로의 315번 국도를 따라 호탄으로 향한다.

티베트에서 신장으로 넘어왔을 때 예청(葉城)이나 카슈가르에서 바로 갈 수도 있었지만 쿠처(庫車)와 사막공로를 거치다보니 한 바퀴 빙 돌아 가는 셈이다.

왼쪽으로 티베트와 신장의 경계를 이루는 쿤룬산맥이 달리고 오른쪽에는 타클라마칸사막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는 길.잘 포장된 도로지만 단조로운 풍경에 지겨울 즈음 군데군데 펼쳐진 오아시스 도시와 마을들이 노랗게 물든 백양나무 가로수와 함께 여행자를 맞아준다.

사막이 바다라면 도로는 항로요,오아시스 마을은 섬이다.

섬이 있어 기나긴 항해의 지표가 되는 것처럼 오아시스 마을들은 사막 여행의 쉼터요 지표가 된다.

민펑에서 호탄까지 거리는 약 330km.한참 달리다 보니 '우전(于田)'이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호탄의 옛 이름이 호전(胡田),우전,쿠사타나 등으로 불렸으므로 벌써 호탄인가 싶어 지도를 보니 아직 멀었다.

아마도 옛 왕국의 이름을 딴 도시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드디어 호탄.시내에서 2km가량 떨어진 위롱카스강 대교를 건너면서 보니 강폭은 엄청나게 넓은 데 좁다란 물줄기 하나만 자갈 사이로 흐르고 있다.

하지만 사막 속에 이런 강이 흐른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지 않은가.

더구나 여름이면 쿤룬산맥의 빙하가 녹으면서 여기서 발원한 위롱카스강과 카라카스강이 범람한다니….

호탄은 이런 위롱카스강과 카라카스강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 물이 넉넉하고 기후도 온화해 곡물과 과일이 풍부하다.

당나라 현장 법사가 '대당서역기'에서 "쿠사타나국은 주위가 4000리이다.

모래와 돌이 태반이지만 흙이 있는 곳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있어서 온갖 과일이 산출된다.

모직물과 옥이 많이 난다"고 했던 그대로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달빛이 정화돼 만들어진 결정체가 옥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옥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며,황제가 산다는 전설 속의 산인 쿤룬산에서 난다고 생각했고,금보다도 귀하게 여겼다.

황제의 옥새도 옥으로 만들었고,옥에 관한 단어만 해도 500여가지나 된다고 한다.

허톈산의 연옥은 기원전 16세기에 시작되는 은대(殷代)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하니 서역과 중국의 관계사는 그만큼 유구하다.

호탄 시내는 과연 '옥의 도시'답다.

가게나 건물 이름에 가장 흔한 글자가 옥(玉)이요,거리마다 옥의 고장임을 알리는 간판들이 넘쳐난다.

탐험대가 묵은 호텔 이름은 '유도(玉都)빈관','옥의 도시'라는 뜻이다.

옥을 가공해 파는 가게들이 도로변에 줄지어 있다.

대형 옥공예품 가게에 들어가보니 비취·연두·초록·검정 등 다양한 색깔의 돌덩이들을 진열장에 넣어놓고 자물쇠까지 채웠다.

경비원까지 둔 곳도 많다.

옥공예품의 값은 천차만별.노점에서 파는 소품은 몇십원짜리도 있지만 옥공예품 가게에선 몇백원,몇천원짜리가 흔하다.

이곳의 물가를 감안하면 현지인들은 웬만해선 살 수 없는 가격이다.

관광객들도 호기심에서 살펴보다가 대부분은 가격 때문에 돌아선다.

탐험대 역시 마찬가지다.

대신 직접 옥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호탄의 옥은 쿤룬산맥의 빙하가 녹아 위롱카스강과 카라카스강이 범람하면서 쿤룬산의 옥을 운반해 온 것이라고 한다.

위롱카스강에서는 백옥이 난다고 해서 백옥하(白玉河),카라카스강에서는 흑옥이 난다고 해서 흑옥하(黑玉河)라고 부른다.

그래서 강물이 범람하는 여름이 지나고 8,9월이 되면 강바닥에 나가 옥을 줍는 사람들 천지라고 한다.

이들은 자갈투성이인 강바닥을 맨발로 걸으면서 옥을 찾는다.

옥은 다른 돌보다 차갑고 부드러워서 촉감만으로도 금세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탄의 웨이우얼 안내인 구울리 양은 "옥이 많은 까닭에 호탄은 장수촌으로 유명하다"면서 "130세 이상 사는 사람이 많고 지금은 136세 할머니가 살아 있다"고 했다.

구울리 양을 앞세워 위롱카스 대교 건너편에서 좀 위쪽으로 올라가 강으로 내려가니 거대한 자갈밭이다.

주춤주춤 자갈밭에 발을 딛고 옥이 있나 살펴보지만 얼른 눈에 띄지 않는다.

옥석(玉石)을 가리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그렇게 10분가량 강바닥을 훑었을까.

언제 낌새를 챘는지 동네 남자 10여명이 몰려와 자기네가 주운 옥을 사라고 난리다.

강물 건너편 자갈밭에서는 포크레인이 건축용 골재를 채취하는 현장에 20여명의 남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옥을 찾고 있다.

운이 좋으면 돌덩이 하나에 몇천원씩,드물게는 수백만원을 번 사람도 있다니 우리로 치면 로또에 당첨되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툰 이방인의 눈에 그런 옥이 보일리 만무하고,백옥하를 밟아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 자갈밭 곳곳에 옥이 지천으로 깔려있다고 생각하니 그게 다 내 것 같고 벌써 부자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