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마주한 첫날, 작은 확신
이 생긴 셋째 날첫 연수는 오전 11
시, 아이 등원 후 바로 시작됐어요.
강사님은 운전은 기술보다 감정의 싸
움이에요. 내가 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부터 달라집니다라고 말해주셨어요.
그 말이 어쩐지 위로처럼 들렸어요.
시동을 걸고 핸들에 손을 얹었을 땐
, 손끝이 얼어붙은 것 같았죠.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심장이 뛰었고,
브레이크를 밟을 땐 몸이 먼저 튀어
나가 버리곤 했어요. 그날은 주차장
한 바퀴를 도는 데만 시간이 오래 걸
렸지만, 강사님은 한 번도 조급해하지
않았어요. 이 속도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겁니다라고 말해주셨어요.둘째
날은 어린이집에서 집까지의 실전 하원
루트를 연습했어요. 길은 짧지만,
신호 없는 골목과 급경사 내리막이 있
어 매번 불안했던 구간이었어요. 거기
에 아이를 태우고 달릴 생각을 하면
부담이 컸죠. 강사님은 하원길은 속도
가 아니라 시선이에요. 아이를 태운다
는 건 내가 여유를 선택하는 거예요라
고 말씀하셨어요. 그 조언대로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천천히 확인하며 달
렸고, 점점 불안보다 집중이 앞서기
시작했어요. 유턴 지점에선 두 번이나
꺾기를 실패했지만, 방향을 조절하며
다시 돌아나올 수 있었고요.셋째 날
은 마트어린이집집으로 이어지는 하원
후 외출 루트 훈련이었어요. 평소에는
택시를 타고 움직이던 코스였는데,
직접 운전하니 신경 쓸 게 많았어요.
주차장 진입 시 타이밍, 아이가 있
는 차에서의 급정거 금지, 좌회전 구
간의 대기 순서 하나하나 강사님이 실
제 상황처럼 알려주셨어요. 특히 아이
가 카시트에 타 있다고 가정하고 모는
방식으로 바꿨더니, 운전이 단순 이
동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다
가왔어요. 그날은 처음으로 운전이 두
렵지 않았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스스
로 핸들을 돌리며 괜찮다는 말을 나에
게 해줬어요.마지막 날은 혼자 주행을
연습하는 시뮬레이션이었어요. 강사님
은 조수석에 앉기만 하고, 말 없이
상황을 지켜보셨어요. 나는 아이 등원
시간에 맞춰 나가고, 도로를 돌아
마트를 들렀다 집으로 오는 루트를 정
확히 수행했어요. 중간에 방향을 잘못
틀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우회했고,
주차도 두 번의 후진 끝에 안정적으로
해냈어요. 주행을 마친 후 강사님은
조용히 말했어요. 이젠 아이를 안심
하고 태울 수 있겠어요. 그 말에 마
음속 깊이 작은 박수가 울렸어요.
아이를 위해 시작했지만, 결국 나를
위한 도전이었다지금은 매일 내가 직접
아이를 데리러 가요.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버스 시간에 쫓기지 않
아요. 무엇보다 아이가 엄마 차 타러
가자라며 밝게 웃는 그 한마디가 모
든 피로를 잊게 만들죠. 장롱면허운전
연수는 단순한 운전 연습이 아니었어요
. 매일 반복되는 생활의 한 부분을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은 독립이자 성장의 과정이었어요.
아이를 태운다는 건 단순한 이동이 아
니에요. 믿고 맡을 수 있는 운전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였어요. 그 책임
이 나를 변화시켰고, 결국 내 안의
무기력을 끌어내는 힘이 되어줬죠. 운
전 못해요라는 말이 일상이던 나는 이
제 어디까지 데려다줄까?를 먼저 생각
해요.혹시 지금도 아이 하원 시간에
쫓기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시작하
세요. 운전은 단지 도로 위 기술이
아니라, 당신과 아이의 하루를 지켜주
는 또 하나의 방법이에요. 그리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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